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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지만 어릴 적부터 요정이나 신 같은 것들이 있다고 믿어 왔었다.
이건 운명을 믿거나 믿지 않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로, 스스로의 별남에 '마법'이란 이름이 붙는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전부터의 습성이다. 우리 인생은 그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으며, 필히 요정이나 신적인 존재의 노력의 산물이고······ 그러므로 살아가는 것에는 분명히 어떤 의미가 있으리라는, 뭐 그런 믿음.
요컨대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부여받은 삶에는 분명 누군가의 의지가 담겨 있을 것이다.
써머 파운야드는 타고나길 밝고 환한 세계를 원료로 빚어졌기 때문에 자연히 빛을 향해 고개 향하는 법을 아는 채로 태어났다. 이것은 태생이나, 동시에 숙명이었다. 그는 절망을 모른다. 알 수 없게 만들어졌다. 태초에 어떤 신적인 존재가 인간의 모든 불결을 작은 상자 안에 가두었던 것처럼 물결 같은 머리를 빗겨 보낸 요정이, 그 콕 박힌 웃음을 그려준 신이 그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므로 그도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을 궁금해하지 않아왔다. 자신이 '상자를 여는 것'이 실례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불필요하다 생각한 것은 맞을 것이다. 원치 않도록 태어났다면 평생토록 원치 않는 것이 도리에 맞다 여겼다.
그러므로 그는 세계를 모른다. 세계 속 살아가는 사람들도 모른다. 영원토록 알 수 없을 것이다. 이해조차 할 수 없을 것이고. 그건 같은 눈높이를 공유하고 있는 너조차도 포함된 것이라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영원히 눈 앞의 상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며 그의 삶조차 온전히 알 수 없으리라 깨달았다.
특유의 패배적인 기질이다. 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원하지 않게 된다. 정말 요정이 있었다면 볕을 떠나지 못하게 하려는 작은 올가미로서 부여한 습성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습관의 효과는 참으로 좋아서, 그는 자신의 판단 하에 스스로 알 수 없을 무언가를 요구한 적 없었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머 파운야드는 네 삶의 일부를 알기 원한다.
영원토록 알 수 없는 삶.
알고 있음에도, 그럼에도.
물론 이것은 구체적인 양상을 갖추지 못한 미성숙한 생각임에도 한낱 동정이나 도와주고 싶은 마음, 짠한 애처로움 따위로는 부를 수 없는 마음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까? 정답지는 써머 파운야드의 손에 쥐여져있지 않다. 네가 관여된 이상 온전히 스스로의 마음이 아니니 알 수 없을 것이다. 채점하지 못할 답변이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싫지 않다 여겼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분명히 미지이나, 모든 무지가 삶을 구멍 내는 건 아니며······ 부러 비워둔 답안 칸 위로, 언젠가는 자신만의 답을 적을 수 있으리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네가 허락한다면의 이야기지만.
아집이 길다. 그는 가장 조심스러운 문장을 고르기 위해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시선을 굴리다가···
"누구나 그래. 삶의 한 부분이 건드려지면 누구나 자존심을 세우지. 나도 그래······ 누구나 그럴 거야!"
"······하지만 사실은 어떻게 사과할 지 모르겠어. 사람의 양상은 같지만 개개인의 마음은 다른 것처럼, 우린 너무 다르니까~ 난 영원히 네 마음을 이해 못 하겠지. 와닿는 말을 고르지 못할 지도 몰라. 그러니까 대신··· 선물을 하나 할게. 받아주면 기쁠 거야."
다른 어떤 표정보다도 가만 웃는 것을 택했다.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던 자신의 세계가 등 뒤에서 파편으로 흩어진다.
"포장을 풀어보는 것만으로도 날 이해할 수 있을 사과를 줄 테니까,"
"그럼 그 땐··· 회피하는 대신 널 알 수 있는 기회를 줘."
두렵기보단, 빛 받으니 괜시리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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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하나의 극이라면, 써머 파운야드는 작가가 아주 공들여 빚어낸 하나의 인물임이 틀림 없다. 그는 대사 한 마디, 미소 짓는 순간 순간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채로 태어났고 아주 어릴 적부터 확고한 가치관을 설립했다. 삶의 결말은 당연한 듯이ㅡ어쩌면 세계의 결말보다도 먼저ㅡ 결정되어 있으며 매 문단마다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에 잊을 수 있는 구절 따위는 없다. 지루한 사건 없이 짜여있으나 당신도 그의 마지막을 체감한 순간부터 이 이야기에 지루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삶은 동화 따위가 아니고 세상은 끝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때때로 써머는 본인이 등장하지 않는 구절 밖에서도 살아가고, 생을 이어가고, 호흡했다. 작가가 써넣지 않은 대사를 말하고 제 멋대로의 행동거지를 펼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는 없으나, 조명 아래 서 있지 않다 해서 세계가 무너지는 건 또 아니었다. 삶은 그렇게 쉽게 멈추거나 끊어지지 않는다. 어쨌거나 우리는 극적인 사건 없이도 모두 매일을 살아가니까.
다만 성장이 이어질 수록, 그리고 어떤 공백이 길어질 수록, 써머는 스스로의 사고와 언어들이 충돌함을 느끼는 날들이 많아졌다. 운명을 거부하면서도 운명을 예감했다. 섭리라는 단어를 쉽사리 받아들였으나 사실 세상엔 섭리 같은건 없다 이야기하고 다녔다. 아주 맞는 것이 때때로는 틀린 것처럼 느껴졌으며 아주 틀린 것들이 아주 맞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의 변화는 급작스러우며 다른 사람들의 것보다 폭이 넓고, 예고가 없었다.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지 못하니 그는 자신을 알면서도 모른다. 스스로를 지독할 만큼 완벽하게 파악한 동시에, 사소한 호불호 하나마저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모순을 전부 너에게 떠넘긴 것이 바로 그의 실책이었다. 직면한 적이 없었으니까.
의문이란 절망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그저 귀퉁이 하나에 몰아 넣고 외면한대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몸집을 불려나가며 때때로 동상의 형상을, 또 열리지 못할 상자의 형상을, 종래에는 답하지 못할 마법의 형상을 한다. 써머 파운야드는 삶을 궁금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셋 중 어느 것에도 제대로 된 답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 답은 궁금해하는 자만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써머 파운야드는 그러지 않는다. 의문을 대신할 수 있는 동작은 언제나 아주, 간단했다. 암호를 대고 자물쇠 안에 생겨난 새로운 모순을 숨기면 그걸로 됐다······.
하지만 틀렸다. 그래서는 안 됐다. 날이 갈 수록 너는 써머 파운야드의 모순을 초래한다. 정확히는 '깨닫게 한다'는 쪽이 조금, 더 옳을 것이다. 자신이 정말 구김살 없는 삶을 살고 싶었다면 차근차근 질문에 대답을 내놓는 습관을 길렀어야 했다는 걸, 언젠가 네가 간직하고 있는 순간들을 꺼내보았을 때 그걸 과거의 순간처럼 느낄 수 있어야 했다는 걸, 하지만 자신은 자신의 성장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해서 열한살의 자신에 현재를 재단하려 들리라는 걸······. 그리고 삶이란 한 순간의 박제로는 유지될 수 없다는 걸, 변화 하나 없는 너는 알게 한다. 일련의 진실들을 깨닫는 순간 써머 파운야드는 혼란스러워졌다.
너무 많은 스스로의 질문들을 가둬버린 친구의 뒷모습을 본다. 손 뻗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아득하다.
그래서 얇은 바람 한 줄기가 귓가를 스칠 때면, 써머는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대답할 말을 모조리 잊어버리고 말았다. 눈 앞의 너는 열하나 써머 파운야드의 초상이라, 아무리 속도를 내도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네가 알고 있는 것은 과거의 자신이다.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
거리가 벌어졌다. 앞으로도 점점 멀어질 것이다.
순간 따라 잡기 벅참을 느꼈다. 빗자루를 쥔 손이 미끄러졌고, 시야는 가물하게 감긴다. 어쩌면 저 뒷모습을 놓칠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빗자루에서 떨어질 지도 모르고. 어쩌면, 또, 어쩌면······.
애덤. 너에게 말하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남겨진 사람은 자기 자신일 것이다. 그 사실에는 어떤 가감도 부정도 없다. 우리는 많은 역할을 뒤바꾸게 될 것이고(마치, 서로 앞지르고 또 앞지르던 오늘의 높이처럼.), 또 서로를 닮아가거나(또, 마치, 자라지 않고 싶단 네 푸념을 자신이 어쩔 수 없이 닮아버린 것처럼.) 제자리를 되찾는 날도 있을 테지만, 이 자리만큼은 네가 꿰차지 못할 것이다. 멈춘 자와 남겨진 자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남겨진 자는 변화하는 세상을 두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다.
그래, 축하해. 따라 잡혔구나. 나·····. 입을 달싹였지만 아마 들리지는 않았을 테다. 너무 높은 곳까지 올라온 탓이다.
그래서 써머 파운야드는 더 말하는 대신 웃었다. 빗자루는 더 이상 위를 향하지 않고, 멈춘다. 어떤 개연성 없이 귓가를 때리던 바람 소리도 음성을 잃었다.
더는 갈 수 없다. 깨닫는 순간 무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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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 모르는 삶을 삶이라 부를 수 있을까? "
-생기를 비단처럼 두른 얼굴. 푸른 시선은 반짝이고 표정은 꽃 피듯 피어올랐다. 그는 여전히 손길 없이 자란 들꽃처럼 자유로우며, 생기 있다······. 누구나 그의 눈에서 꿈 꾸는 열네살 소녀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증명하듯 자연히 시선을 잡아 끄는 총기. 보폭은 넓고 가볍고, 바람결을 닮았다.
-누군가의 걱정(아님 기대였나?)과는 다르게, 한 번 눈을 돌릴 때마다 키가 훌쩍훌쩍 자란 채로 돌아왔다.
-아직도 두르지 않은 망토, 조끼와 와이셔츠, 긴 바지, 금빛 귀걸이와 검은 운동화······. 그리고 입가에 있는ㅡ말하기론 매력 포인트였지ㅡ점. 손에는 반창고가 여럿 붙었고, 기타 가방을 맨 어깨엔 자주 잔디 조각이나 꽃잎이 달라붙는다.
-양 손톱과 발톱에, 아끼는 민트 색 매니큐어를 바르기 시작했다.
𝐒𝐮𝐦𝐦𝐞𝐫 𝐅𝐨𝐮𝐧𝐝𝐲𝐚𝐫𝐝 써머 파운야드
혼혈
래번클로
14세•여성
167cm / 56kg
영국•미국 이중국적
“그 기민한 눈, 돌진하는 자질, 숨기지 못할 생기, 좋다. 때마침 로웨나도 네 기지와 총명함을 속삭이니······. 새 세계의 포문을 연 것을 환영한다, 얘야!
단풍나무Maple | 유니콘 털│13.5inch
유연하고 탄력 있는 지팡이,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은 뒤 은으로 도금했다. 여전히 빛이 나지만 이 반짝임은 세월의 흐름을 벗어났다기보단… 잘 사용하지 않아서에 조금 더 가깝다.
𝐏𝐄𝐑𝐒𝐎𝐍𝐀𝐋
사랑스러운 영활함•타고난•몰이해
삶은 유연하고 생생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세계 역시 넓어지고, 마음은 팽창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엇도 그를 두렵게 할 수는 없을 것만 같다.
-여름 방학같은 인생이야!
사랑스러운 영활함
’부러 비워둔 답’이 삶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최근 깨달았다. 원한다면 언제든 적을 수 있는 답안임에도 구태여 그러지 않는 모든 것들, 예를 들자면 사랑의 정의, 미래의 고민, 현재의 감정들… 짓궂은 장난처럼 묵언으로 넘어가는 사랑시.
-삶의 어느 부분을 평생 궁금해하면서 살아가는것도 즐겁지 않을까?
하지만 동시에, 그는 답을 모르기 때문에 적지 '못하는' 것과 답을 적지 ‘않는’ 것 사이에는 하늘과 땅 차이보다 거대한 공백이 있다는 것을 안다. 모두가 사활을 걸고 어두운 세계에 맞서 싸우거나 혹은, 목숨을 걸고 도전할 때 써머 파운야드는 아주 손쉽게 다른 기로를 탈 것이다. 흐름을 읽고 분위기에 몸을 맡기듯이.
-어쩌면 나, 고드릭에게는 선택받지 못했을 지도 몰라. 사람들은 사랑과 용기가 같다고들 하지만 사실 그건 아주 다른 거거든~.
어려움을 모르니 두려움을 모르고,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는 여전히 삶의 밝은 면을 좇는 일에 마음이 팔려 있고, 여전히 처절할 만큼 간절해지는 법을 모른다······. 그러니 그녀가 '안다는 것'이 위협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을까? 그의 영민에서 한 줄기 공포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유리시키는 눈동자가 두려워지고, 천진한 태도에서 즐거움 이외의 것을 찾아낼 수 있는 자가 과연 있을까?
타고난
-타고난······ 낭만을 바라보는 시선, 뻗어나가는 목소리, 약간의 꾀, 맞아, 그런 것들. (웃음 소리.)
뭇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갈망할 모든 것들을 손에 쥐고 태어났으나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제 목숨처럼 여기지도 않기 때문에 특유의 재치 있는 성격이 없었더라면 꽤나 여럿의 질타를 받아왔을 것이다. 써머는 자신의 위치를 선택할 수만 있다면야 선망의 대상보다는 친근한 친구의 길을 소원했겠지만 그럼에도, 타고난 것들은 영원토록 변화하지 않는다. 감출 수도, 지울 수도 없는 것들이 평생에 걸쳐 그의 삶에 잠재해 있을 것이다... 마법처럼.
어째서 모든 타고난 축복들에 연연하지 않느냐 묻는다면 자신의 재능은 분명한 기적이나 삶은 기적 없이도 굴러간다 답하겠다. 이 또한 마법과도 같이.
또한 그가 분명히 타고났던 '어떠한 비상함'은 짧은 귀추를 지난 지금 파악력이라는 새 이름이 붙었다. 써머는 이제 대부분의 사건에 '할 수 있거나' 또는 '할 수 없다'는 기준을 세워 도전의 유무를 결정한다. 이것은 쉽사리 비관으로 비추어지기 때문에 더러는 이 태도를 지적하겠지만 그의 판단은 대부분 들어맞고, 본인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맞기 때문에, 그리고 알기 때문에 내리는 선택들은 써머 파운야드의 습관이 되었다.
실패라곤 없는 인생이 14년째. 이제 그는 이것이 그가 로웨나의 부름을 받은 이유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의 인생은 한 권의 책, 한 곡의 노래와도 같아서 모든 문장 하나 하나에서 감정의 근거를 찾아낼 수 있다…
자신을 향하는 시선이 칼보다 날카로운 대신 여전히 타인의 의도에는 둔감하다. 그는 '여전히' 아주 명백한 악의조차 구분하지 못한다. 혹은 구분하지 않는다거나······. 정답을 구하려 들지 않으니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몰이해
삶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혹은 사랑의 힘에 대한 맹신 때문에, 사무치는 절망에 대한 몰이해가 그녀 안에 본능처럼 내재되어 있다. 이것은 무언가를 꿰뚫어보거나 어떠한 진실을 파악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노력'으로는 배울 수 없는 하나의 궤적이다.
그가 삶의 긍정적인 면들을 맹목하면 할 수록 절망은 그의 세상에서 한 걸음씩 퇴보했지만 그럼에도, 세계에는 여전히 사로잡힌 고통이 끈덕지게 들러붙어 있다. 그것은 누군가 외면한다고 허울처럼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신이 써머 파운야드를 만들었을 때 곁으로 내려보낸 니케가 그의 인생에 범람하려는 모든 부정을 작은 상자 안에 가두었기 때문에 그는 절망을 고난을 두려움을 슬픔을, 모른다. 상자의 열쇠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떨어져 깨지거나, 혹은 다른 사람의 상자 속을 들여다 보지 않는 이상 그는 수모의 의미를 영원토록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써머 파운야드는 대부분의 것들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어떤 호기심은 삶을 비틀어버린다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절망을 모른다는 것은 스스로를 지나치게 간파해버린 어린 마녀 특유의 오만이다. 삶에 불운 한 톨 끼어틀 틈 없이, 써머 파운야드는 타고나게 완성된 극본 같은 세계 속을 산다.
𝐎𝐓𝐇𝐄𝐑𝐒
써머 파운야드는 여전히 호그와트에 가장 읽기 쉬운 과목이다. 그를 각별한 방식으로 ‘이해’하려 들지만 않는다면.
𝐄𝐬𝐭𝐞𝐥𝐥 𝐒𝐮𝐦𝐦𝐞𝐫 𝐅𝐨𝐮𝐧𝐝𝐲𝐚𝐫𝐝 에스텔 써머 파운야드
Estell | 본래 에스텔,이라고 읽지만 써머는 자신의 이름을 에스텔, 라- 라고 길게 발음을 빼 발음한다.
-어머니께서 그러셨대, 처음 본 순간부터 이 애는 써머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으셨다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지어두셨던 이름을 멋대로 바꿔버릴 수 없어 '서류 상에는' 에스텔을 퍼스트 네임으로 기입했지만 모두가 그를 써머라고 부르고 그 또한 써머라는 이름에 뒤돌아본다.
물론, 당신이 원한다면 그는 마땅히 이 이름 또한 당신에게 내어줄 것이다.
Summer | 한여름 내리쬐는 태양처럼 뜨겁다기보단 차가운 계곡에서 튀겨오는 여린 물살에 가까운 사람이다.
이제 어떤 여름에는 눈이 내린다는 사실을 배웠다.
Foundyard | 아버지는 영국 출신 머글이시고, 어머니는 미국 출신 혼혈 마법사. 외할머니가 머글본 마법사, 할아버지는 머글(미국에선 노마지라 부른다지?)이셨던 걸 생각해보면 마법의 계보가 그리 긴 집안은 아니다.
어린 시절에는 캘리포니아에서 머물렀지만 마법의 기류가 거세지던 몇 해 전부터 영국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가업이랄 건 없지만, 이 집안사람들이 모두 예술업에 종사하듯······ 써머 역시 화가이신 아버지와 포크송 가수이신 어머니의 끼를 고루 물려받았다. 그러니까, 그야말로, 예술은 그의 천성이다.
천성
마법에 대하여_ 아직까지도 대단한 감흥이나 감상이 없다. 그저 타고났기 때문에 타고난 것이라, 무슨 덧붙일 말이 있을까?
도리어 그는 몇 해째 계속되는 세상의 압박과 관심 속에서 점차 마법에 대한 흥미를 잃어갔다. 수업을 빠지는 건 이젠 옛삿일······, 갈 수록 불성실한 모습만을 보인다. 방치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닌 걸 알기에 그렇겠지만, 정말로 사라져 버려도 상관 없다.
사랑에 대하여_ 누군가의 예측과는 달리 그의 사랑은 호그와트 바깥, 매디슨 애비뉴에서 왔다. 자주 첫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다니니 어디에서든 어렵잖게 그에 대한 이야기 한 줌을 주워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름이 페인스 그레이라는 것, 미국 한 주의 수영 선수라는 것, 써머보다 한 살이 많다는 것······ 그리고 어떻게 둘이 운명적인 시선을 주고 받았는지, 같은. 시시콜콜한 로맨스.
그리고, 아직은... 짝사랑 중.
구성하는 것, 변화한 것, 여전한 것
구성하는 것_ 손쉬운 사랑. 애정이 가볍고 사랑이 쉽다.
아주 아주 대단한 행운. (여전히!) 행운은 한여름 햇볕처럼 그를 좇는다.
정말로 니케라는 작자가 존재한다면 그는 이 어린 소녀를 아주, 아주 사랑함이 틀림 없겠다. 고작해야 굳은살도 박히지 않은 저 손 끝부터 환하게 웃는 앳된 얼굴까지 절절하게 연모함이 마땅하겠다. 그의 월계수관, 날개의 깃털까지 그의 곁을 메아리처럼 맴돈다······.
멀리로 서부의 활기가 바람처럼 분다. 써머 파운야드의 것이다.
그리고 또, 눈치채기 시작한 어떤 운명까지.
변화한 것_ 같은 곡을 반복하는 것이 싫어 가수가 될 수 없다 했던 열한살의 어린아이는 사라지고, 열네살의 써머 파운야드는 이제 기타 연습을 즐긴다. 정확히는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는 어떤 열망이 생겼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 불러주고픈 사람이 생겼다는 건 아주 대단한 기적이었다.
조금씩 강해지기 시작한 미국식 악센트. 본래도 뚜렷하지 않았던 영국식 영어는 해가 갈 수록 흐려져서, 그의 둥글고 강조 없는 목소리는 어느 무리에서나 쉽게 이목을 끈다.
그 두꺼운 책이 도움이 되었는지 빗자루 실력은 일취월장해 3학년 여름 퀴디치의 몰이꾼 자리를 꿰찼다. 힘 있고 안정적이란 평을 듣는 선수. 공을 쳐내는 속도가 날쌔다.
자주 멍하니 정신이 빠져 있는 모습, 하루 한 번씩 들락날락하게 된 부엉이 장. 누군가의 편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옅고 잔향과도 같은 라일락 향기.
여전한 것_ 대부분의 것들이 여전하다.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여전히,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웃음소리, 악필인 오른손잡이, 고민할 적 미간에 주름이 잡히고, 같은 말을 세 번 반복하는 버릇과······, 취미인 산책. 어린 시절 그대로의 모습이다.
아직도 꿈은 없다. 삶의 장기적인 모습을 그려보지 못하는 철 없는 사고.
그리고 잦은 여행, 잦은 방문.
ETC.
9월 12일, 내리쬐는 한여름의 무더위가 스멀스멀 가시기 시작할 무렵 태어났다. 그날 유달리 파도는 높게 쳤고...
Clematis | 당신의 마음은 진실로 아름답다
Sapphire | 성실과 진실
L: 따뜻한 겨울, 볕 드는 창가에 달아둔 소라 모빌,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동화, 봄날 들판에 가득 핀 들꽃들, 안정적 삶, 뭐 그런 것들. 손쉬운 사랑일지언정 아주 끈질기기 때문에 예전에 좋아하던 것들 역시 그대로 좋아하고 있다. 칠면조가 타지 않은 추수감사절 만찬과 어머니의 노래, 꽃이 떨어지고 녹음이 우거진 덤불, 그리고…, 그리고 당신.
H: 몇 가지 생긴 것은 있지만 구태여 언급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감정은 내뱉는 순간 힘을 가진다. 여전히 잊는 것은 쉽고, 용서는 천성이다….
TEXT
큐피드와 강철방패
에스텔 써머 파운야드 & 와일너즈 카일런
사랑의 힘을 믿는 써머, 사랑에 질색하는 와일너즈가 사랑에 빠질 것이라 응원한다. 그리고 와일너즈는 더해, 만약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써머의 신혼집 집요정이 되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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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알 수 있는 기회를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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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여 사랑, 천성, 습관, 또, 운명······.
1
정말이지 진부한 문장으로 이 긴 서사시의 첫 줄을 시작하고 싶진 않았지만, 써머는 이미 열 개의 밤과 낮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데 허비했으며 열한번째 아침이 돌아왔을 때 이 문장 외 그 무엇도 이 만남을 설명하지 못할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 감히, 가장 흔해빠진 대사를 내뱉어 보자면, 그는 써머 파운야드의 운명이었다. (그래, 안다, 재미라고는 한 톨 없는 구닥다리 로맨스 소설의 멘트 같다는 건.)
무수히 많은 단어의 나열 사이에서 신은 그에게 운명이라는 단어를 부여했고 정말로 운명처럼, 그가 자신에게로 왔다. 우리가 마법을 선택하지 않았고 삶의 어떤 궤적들을 태생처럼 타고났듯이.
그건 도무지 거부할 수가 없는 끌림이었다.
열세살의 써머 파운야드가 온 여름을 헤매었듯, 아주 먼 시간이 흐른 뒤의 에스텔 파운야드도 이 순간을 확실히 정의하지 못할 테다. 그는 아마 이름 붙이길 포기하거나(정말로, 포기는 그의 습관이었기 때문에) 오래 운명이라는 걸(애덤의 표현을 빌리자면, 섭리일지도 모른다.) 끝끝내 인정하고야 말았을 것이다. 십 년 뒤에도 그는 운명이라는 것을 믿지 않을 텐데도 그랬다.
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주고받은 그 시선을 운명 외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돌풍에 휩쓸리는 감각, 파도에 꺾어 신은 신발이 휩쓸려 지나가고, 바람에 머리칼이 나부끼듯 이유 없이 마음이 흔들렸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존과의 만남은 이 이야기의 첫 문장보다는 세련됐고, 그럴싸하다. 각별히 극적이거나 굉장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언제나 클래식한 사랑 이야기는 먹히는 법이니까.
2
1989년 8월 13일.
써머 파운야드는 한가하게 매디슨 애비뉴 거리를 걸었다. 그 해 뉴욕은 일주일 넘게 비가 오지 않는 신기록을 세우던 참이었다. 날은 무더웠고, 아스팔트 도로는 일렁였으며, 쓰레기통 밖으론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우산 손잡이들이 마구잡이로 삐져나와 있었다. 써머는 지젤의 편지를 떠올리며 마법과 천체 사이 존재하는 어떤 상관관계가 먹구름을 튕겨낼지도 모른다는 공상에 빠져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터무니없는 망상이다.
마법은 천성이었지만 그는 아직까지도 마법의 많은 것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였다. 조금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그건 써머가 자기 자신에 대해 유일하게 간파해 내지 못한 하나의 속성이었다. 간파할 수 없으니, 간파하고 싶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으니, 자연히 마음의 거리도 멀어졌다. 호그와트가 싫다는 철없는 투정은 아니지만(에이스의 말이 옳을 것이다. 그들은 마지막 마법사의 도망을 두고 보지만은 않을 테니까. 게다가 도망이라니, 그건 써머의 방식도 아니었다.) 킹스크로스 역 9와 ¾ 승강장 표지판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맥이 빠지는 그 감각은 스스로도 어쩔래야 어쩔 수가 없었다. 내 말은, 좋은 감정을 숨길 수 없는 것처럼 써머는 부정의 힘에도 지나치게 솔직한 영혼을 지녔다.
그러니 세상이 그에게 어떠한 삶과 행실을 강요할수록 그가 마법에 질려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첫 구상에서부터 생의 결말이 결정되었던 인물처럼, 써머는 마지막 페이지의 대사까지 촘촘하게 적힌 인생을 살고 있었다.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는 건 결국 자기 인생을 훤히 내다보고 있다는 뜻도 됐다. 자기 인생에는 타인의 줏대로 바꿀 수 있는 귀추나 여분의 갈림길 따위는 없었고, 또, 남의 손아귀에 쥐여져 통채로 흔들리는 건 사절이었다.
물론 그 '남의 손아귀'에서 마법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때 써머는 마법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는(마법을 지워 버리거나 숨길 수 있다, 뭐 그런 건 아니지만) 짧디짧은 방학을 아버지의 화가 모임에 참석하며 허비하는 것에 조금의 불만을 표하고 있었다. 그는 태어나기를 가수로 태어난 것에 비해 화가의 재능은 한 방울도 물려받지 못했음이 틀림없을 만큼 그림에 재능이 없었다. 화가의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인 '그리고 싶다는 욕망'은 고사하고, 그림 자체에 별다른 흥미나 재미를 느끼질 못했으며, 무엇보다도 무언갈 그린다는 행위에서 달팽이 점액질 한 방울보다도 적은 매력을 느꼈다. 때문에 그는 함께 뉴욕에 가자는 아버지의 요청을 빈번히 거절해 왔지만 하필이면, 그 해 여름 따라 어머니는 새 앨범 준비로 바쁘셨고 아버지의 시선은 간절했기 때문에······.
마지못한 허락이었다. 뉴욕이 싫은 건 아니라는 이유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3
예상(지루하고 고리타분하며 자기 세계에만 빠져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라 생각했다. 왜, 영화에 가끔 등장하는, 화가들이 잔뜩 즐비한 네덜란드의 풍차 언덕 같이...) 과는 달리 맨하튼은 멋진 도시였다. 바다를 누비며 수십 개의 국경을 횡단하던 어린 소녀도 이 도시의 화려함에는 쉽사리 매료됐다. 기타를 쥐고 익숙한 장르의 컨트리 송을 부르는 건 분명 멋진 일이었지만 이곳에 발걸음한 순간 써머는 휘황찬란한 성공을 위해 어퍼 이스트사이드로 향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것만 같았다. 물론 그게 펜잰스가 지루해졌다거나 기존의 삶에 변혁을 줄 마음이 들었다는 이야기는 기필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꿈이란 단어에 가장 걸맞는 장소를 발견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니키가 바라보며 살아가는 풍경이 꼭 이럴까? 아니, 그 애라면 조금 더 고풍스러운 동네에 살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아주 너그럽게 '함께 간다는 게 모임 자리에까지 동석한단 뜻은 아니라'고 못 박은 딸의 투정을 받아들이셔서, 모임이 진행되는 일주일 내내 써머는 화가들의 토론을 감상하는 대신 호텔 건물을 가운데 두고 하루는 남쪽, 하루는 동쪽, 또 하루는 서쪽으로 걸으며 그 도시의 풍경을 마음껏 눈에 담았다. 북쪽으로는 매일같이 한 방향의 도로를 운전하는 차들의 향연이 이루어졌는데 새벽 깊은 시간이 되어도 호텔 창가에서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켜진 인산인해를 구경할 수 있었다.
미드타운의 도입에 있던 작은 커피숍은 원두 향이 좋았고, 파크 애비뉴의 성 바톨로뮤 교회는 영화 속 한 장면같이 장엄했으며, 매디슨 애비뉴 다리 밑에서는 어린 화가가 그린 풍경화가 엽서로 만들어져 팔리고 있었다. 오렌지 나무가 아닌 그림으로도 솔리를 놀래켜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시간은 더없이 빠르게 흘러갔다.
하지만 이 도시를 그토록 마음에 들어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방문이 되리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뉴욕은 허상보다는 견고하지만, 결국에는 한여름밤 꿈같은 도시다. 사람들의 희망을 가장 밑바닥에 깔고, 화려한 불빛을 대들보 삼아 지상을 구축했지만 그 사이에는 기거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써머 파운야드는 꿈을 꾸지 않는다. 현실을 산다. 깨어나지 못할 꿈이라면 발 들이지 않는 것이 그의 성격이었다. 그러니 단원들에게 딸의 얼굴을 소개시켜 주고 싶다는 아버지의 부탁을 수락한 것도 오직 그 사실 때문이었다. 전날 가본 23번가가 마음에 들었고, 호텔 조식이 맛있었고, 밤하늘을 보니 은하철도의 열차가 공연히 떠올라서······ 이 모든 것들이 마지막이라면, 마지막 같은 대우를 해줘도 뭐 어떻겠냐 싶었던 것이다.
다만 삶을 이토록 거세게 흔들 바람일 줄 알았더라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운명이 그를 불렀더라면 거부해야 했고 우연이었다면 회피해야 했다. 이끌리는 대로 이끌려서는 안 됐다. 그가 삶의 필연성을 거부했다면 더더욱. 하지만 안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대도 써머 파운야드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자신의 운명 속으로 걸어 들어갔을 것이다.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도록 예정된 동작처럼.
4
기왕 이렇게 된 거, 구닥다리 로맨스 소설의 도식 표현을 한 번 더 빌리자면, 써머 파운야드는 솔직히 그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래! 맙소사! 안다, 알지만 그는 결국 그러고야 말았다. 써머는 그날 어리석은 열세 살(곧 열넷이 되긴 하지만) 소녀처럼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그 미세한 떨림에서부터.
아버지의 모임에 처음 얼굴을 비춘 날ㅡ혹은 첫눈에 반한 날ㅡ은 집으로 돌아가기로 약속한 바로 전 날이었고, 오전이었다. 써머가 아버지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들은 써머가 머물던 호텔 건너편에 있던 호텔(혹여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빈 방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웠을 테니까. 뉴욕에 모인 사람들이 숲이었다면 지구는 두 번째 아마존을 얻었을 것이다.)의 스위트룸에서 조식 룸서비스를 시키면서 미스터 파운야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거기, 그 애가 서 있었다. 짧은 청회색 머리카락에 그보다 조금 더 민트빛인 눈. 인상은 좋고 시원했지만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참석한 마냥 떨떠름한 웃음을 걸치고 있었다. 정장 자켓 아래에는 이름을 들어보기만 한 미국의 수영 팀 셔츠를 걸치고 있었는데, 키는 써머보다 한 뼘 가량 컸다. 창가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모습을 눈에 담았을 땐 커튼이 꽃잎처럼 흩날렸고 어설프게 쥐고 있던 고급 유리잔마저 혼신의 힘을 다해 빛을 냈다······.
만약 써머 파운야드가 화가로 태어났다면 이 순간의 그를 화폭에 담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 조금은 다행이었다.
눈이 마주치는 건 순식간이었다. 살짝 커진 동공에 써머의 인영이 훤히 비쳐 보였다. 아마 자신의 눈에도 그가 이렇게 투과되었을 것이다. 웃지도 시선을 돌리지도 못하던 둘은 오래 눈을 맞추다가 어른들의 소개에 따라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물론 악수는 그보다 더 엉성했다. 써머는 난생처음 자기 옷차림이 웃기거나 조금 촌스러워 보이거나, 손에 땀이 나진 않았을까 같은 시덥잖은 걱정을 하기 시작했고, 곧 견고함 없던 손과 손은 떨어졌다. 정말로 그게 다인 첫 만남이었지만 그래도,
써머는, 모를 수 없었다.
자기가······,
습관처럼 페인스 그레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되리란 사실을, 자신에게 건네준 존이란 애칭에 봄철 잔디처럼 마음 흔들리리란 사실을, 이 애를 사랑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그리고···. 숱한 말로 거절해왔고 부정해 봤지만 어쩌면 운명이란 게 사실은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물론 그 사실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몸을 실은 내내 써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꿈꾸는 기분은 설레도록 즐겁지만, 그는 모두가 언젠가 꿈에서 깨어나리란 사실을 알았다. 깨어나지 않을 꿈이란 없고 영원한 꿈도 없다. 정말로, 기약 없는 행복이라면 그에 길들여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그는 집으로 돌아온 후 무심한 듯 마음을 눌러 담은 편지를 적을 때나, 도착한 답신 끄트머리에 적힌 '에스텔라에게'란 글자에 박동하던 기쁨을 도무지 부정할 수가 없었다.
인정하자면 써머는 존이라는 글자가 사무치게 좋았다. 거부할 수 없었고 모를 수도 없었다.
여름 한 철의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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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고난 것을 저질러 봐! "
-물결치듯 자유로운 머리카락, 투명하게 상대를 유리 시키는 푸른 눈. 그가 당신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그것은 (고작해야 11살짜리 어린애한테 붙이기엔 과한 수식어지만) 각별한 아름다움이나 대단한 미모보다는 투박하되 환하고 눈부신 분위기 덕일 테다. 그의 표정은 언제나 환희로 빛났고 가느다란 입매는 태초부터 옅게 빛나는 웃음을 지을 줄 알도록 그려졌다.
-표정 변화는 뚜렷한 이목구비에 걸맞게 크고 명백하며 그 나이 또래 애들의 것보다 조금 더, 과장된 느낌을 주나 그것이 부자연스럽지 않다. 날쌘 거동과 큰 동작은 도리어 그와 잘 어우러져 이윽고 써머 파운야드 그 자체가 되었다.
-또한 어리고 미숙하나 숨길 수 없는 아이 특유의 때 묻지 않은 순수와 절망 모르는 낙관이 전신에 아로새겨져 있다. 잘 웃고, 쉽게 좋아하며, 기쁨을 외면하지 못하는 맑은 영혼.
-언제 어디서나 어떻게든, 눈에 띄는 존재다.
-양 귀에 진주 귀걸이. 키에 비해 손발이 크며, 품이 큰 민소매 조끼와 와이셔츠 소매는 걷어 올렸고... 망토는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루즈한 니삭스와 베이지색 메리제인 차림, 오른쪽 입가에 점. 나름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듯······.
𝐒𝐮𝐦𝐦𝐞𝐫 𝐅𝐨𝐮𝐧𝐝𝐲𝐚𝐫𝐝 써머 파운야드
혼혈
래번클로
11세•여성
147cm / 37kg
영국•미국 이중국적
“그 기민한 눈, 돌진하는 자질, 숨기지 못할 생기, 좋다. 때마침 로웨나도 네 기지와 총명함을 속삭이니······. 새 세계의 포문을 연 것을 환영한다, 얘야!
단풍나무Maple | 유니콘 털│13.5inch
유연하고 탄력 있는 지팡이,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은 뒤 은으로 도금했다. 달빛보다는 태양 아래에서 더 반짝이며 처음 산 날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광이 나도록 열심히 관리한다...
길이는 키에 비해서나, 또래에 비해서나 조금 긴 편. 키가 클 징조라고(물론, 미신이다) 본인은 좋아했지만.
𝐏𝐄𝐑𝐒𝐎𝐍𝐀𝐋
꾸밈없이 발랄하고•진실한 통찰력•티 없이 사랑할 줄 아는 마음
-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을까! 나는 내일이 기다려지는 인생을 살고 있어.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말, 진실로 모험을 사랑하고 생을 귀히 여긴다. 그는 투명하게 정직하고 거짓 없이 올곧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오롯이 사랑할 줄 안다······.
꾸밈없이 발랄하고
겁이 없고 거짓이 없다. 내숭이나 자만도 타고나질 못해 괄괄하며, '진실된 삶을 살으라'는 어머니의 가르침 아래 무엇이든 생각한 그대로 내뱉어버리는 습관이 들었다. 직설적이고 솔직한, 조금은 감춰도 좋을 감상부터 낯부끄럽다며 속으로 숨길 법한 순수한 감탄마저도 써머는 모두 타인과 공유하고자 한다. 자신의 눈에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게 비치는지,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10월은 또 얼마나 멋진지, 자기가 캘리포니아의 한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고작해야 열한 살짜리가 잘도 삶이니 인생이니를 입에 올리는 것이 싫지 않게 들리는 이유는 특유의 꾸밈없음 덕분일 테다. 써머 파운야드의 모든 것들은 밝고 생기 있고, 살아있다. 바닷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나부끼는 머리카락마저도.
이 자유로운 성질 덕분에 그는 대부분의 일에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자신의 페이스를 이해하고 있으며 스스로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으며 성장해왔다. 써머는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한다. 사람 사이에 섞이기 어려운 성격을 가지고도 의외로 군중 속에 무리 없이 섞여 들어가는 재주도 스스로에 대한 그 명확한 이해에서 온다. 그러니 알려만 준다면 그는 당신의 걸음에 기꺼이 속도를 맞춰줄 것이다······. 그 재능을 장담할 순 없지만!
진실한 통찰력
이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소녀가 어째서 래번클로에 왔냐 하면, 그녀조차 깨닫지 못한 번뜩이는 기지와 놀라운 통찰력을 모자가 꿰뚫어봤기 때문이다. 머릿속, 쭉 뻗은 손바닥, 홍채, 입매, 어느 곳이나 덕지덕지 묻은 호기심과 제시하고픈 정답들을 말이다.
-그래도 고드릭이나 헬가의 제자가 됐어도 난 잘 했을 거야, 그렇지? 용기와 진실됨에도 통찰력은 필요하기 마련이니까!
앞에 '의외'라는 수식어가 붙을지언정 써머는 영특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독특하며 볕 들지 않는 부분으로 발 옮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누구나 발견하는 부분'을 지나칠지언정 '누구나 지나칠 부분' 앞에서 멈춰 서는 방법을 타고났다. 배움이 빠르진 않으나 배우는 것을 즐기고 세상이 자신에게 제시하는 모든 눈부신 면들에 마땅히 행복해지고야 만다······.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써머 파운야드의 삶은 언제나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눈치가 빠르진 않지만 가끔씩 얻어걸리는 것들이 있다. 우연이냐 묻는다면 직감이라 답하겠다. (정말, 어느 쪽일까?)
티 없이 사랑할 줄 아는 마음
사람을 잘 따르고 의심이 없다. 이유 없는 악의의 존재를 부정하진 않으나 그것이 당신의 것이 되리라곤 생각조차 않을 테다! 누구나 어렵잖게 그가 어떤 방식으로 사랑받고 자라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써머의 마음은 언제나 불순 없이 맑고 모두에게 그 일부를 내어줄 자신이 있다. 거절하기 어려운 이유 없는 호의, 수상한 친절, 꿍꿍이가 있지만 어쨌거나 보기는 좋은 개살구······, 마음이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로 어떻게 불리던 좋다. 당신이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물론 자신을 좋아해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 없다. 그래도 써머 파운야드의 애정은 공평하게 당신을 향한다······.
-사랑에 '감히'라는 말이 붙다니 가당치도 않아!
좋게 말하면 어린 시절에만 가질 수 있는 섬세, 나쁘게 말하면 세상 모르는 무방비함이지만 어느 쪽이든 모나 보이지 않을 만큼 눈부시고······ 삶에 대한 대단한 자각 같은 것 없이도 써머는 어쨌거나 사람을 좋아하게 태어난 이 인생이 좋다.
𝐎𝐓𝐇𝐄𝐑𝐒
𝐄𝐬𝐭𝐞𝐥𝐥 𝐒𝐮𝐦𝐦𝐞𝐫 𝐅𝐨𝐮𝐧𝐝𝐲𝐚𝐫𝐝 에스텔 써머 파운야드
Estell | 본래 에스텔,이라고 읽지만 써머는 자신의 이름을 에스텔, 라- 라고 길게 발음을 빼 발음한다.
-어머니께서 그러셨대, 처음 본 순간부터 이 애는 써머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으셨다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지어두셨던 이름을 멋대로 바꿔버릴 수 없어 '서류 상에는' 에스텔을 퍼스트 네임으로 기입했지만 모두가 그를 써머라고 부르고 그 또한 써머라는 이름에 뒤돌아본다.
물론, 당신이 원한다면 그는 마땅히 이 이름 또한 당신에게 내어줄 것이다.
Summer | 한여름 내리쬐는 태양처럼 뜨겁다기보단 차가운 계곡에서 튀겨오는 여린 물살에 가까운 사람이다.
-가을은 가을 나름대로, 겨울도 겨울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겠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이름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한여름에 가장 생기 있게 피어오른다.
Foundyard | 아버지는 영국 출신 머글이시고, 어머니는 미국 출신 혼혈 마법사. 외할머니가 머글본 마법사, 할아버지는 머글(미국에선 노마지라 부른다지?)이셨던 걸 생각해보면 마법의 계보가 그리 긴 집안은 아니다.
어린 시절에는 캘리포니아에서 머물렀지만 마법의 기류가 거세지던 몇 해 전부터 영국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가업이랄 건 없지만, 이 집안사람들이 모두 예술업에 종사하듯······ 써머 역시 화가이신 아버지와 포크송 가수이신 어머니의 끼를 고루 물려받았다. 그러니까, 그야말로, 예술은 그의 천성이다.
어린 시절과 마법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여행을 사랑하시던 부모님을 따라 어린 시절부터 이곳저곳 참 많이도 돌아다니며 자랐다.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뉴저지, 산타바바라, 또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브라이튼, 본머스, 이스트본······. 하지만 어느 정도 머리가 크자 써머의 부모님은 한곳에 정착하는 것이 딸의 정서 교육에 좋으리란 의견을 모았고,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했다. 그럼에도 원한다면 어린 손을 잡고 어디든 데려다주셨지만.
현재는 남서부에 위치한 펜잰스를 ‘집’으로 두고 있다. 소박한 항구와 드넓은 바다가 아름다운 작은 마을.
펜잰스를 제외하고,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은 캘리포니아. 장장 5년을 넘게 서부에서 지냈으니 반평생을 그곳에서 살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써머가 영국의 눅눅한 날씨에도 기죽지 않는 이유는 태양 기다리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비 오는 날씨도 나는 좋아해~
미국에서 6년 이상 머물렀기 때문에 공식적으론 두 나라의 국적을 모두 갖고 있지만, 사실상 집으로 여기는 것은 영국이다. 그에게 미국이란 언제나 그리운 곳, 그리운 꿈······.
마법에 관해서는, 굉장한 행운이라 생각하지만 그것뿐이다. 이미 주어진 것들이 많기 때문에 구태여 마법에 목매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교수가 직접 찾아오기 전까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인줄만 알았는걸!
써머를 구성하는 것들
책보다는 영화 필름, 레코드보단 따사로운 휴일에 하는 버스킹이 좋다. 이런 종류의 시시콜콜한 사랑과.
또, 믿기 어려울 만큼의, 대단한 행운······.
끈기가 부족하고 자기 자신과의 타협이 쉬워, 일약해 말하자면 써머 파운야드는 ‘최선 다하는 법을 모른다’. 다만 이것은 오롯 그가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난 탓이다. 성실함이 부족하고 덤벙대는 기질을 지녔으나 니케마저 자신의 편으로 둔 그의 삶은 매 순간순간, 행운의 여신이 기꺼이 시야폭에 담기로 결정한 하나의 생애다.
또, 또, 위기의식이 부족하고 좋아하는 게 많아 객관화가 어려운 철없는 시야라거나.
기백을 물려받은 기타 연주는 수준급이다. 선호하는 장르는 컨트리. 유전이다. (군청색 케이스는 직접 골랐다.)
제비꽃 설탕 절임의 ‘발음’을 좋아하는 순수.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멋진 인생이다.
ETC.
9월 12일, 내리쬐는 한여름의 무더위가 스멀스멀 가시기 시작할 무렵 태어났다. 그날 유달리 파도는 높게 쳤고...
Clematis | 당신의 마음은 진실로 아름답다
Sapphire | 성실과 진실
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듯 높고 카랑카랑한 목소리, 귀를 울리는 웃음소리······. 주관은 뚜렷하나 참지 못하는 호기심 덕에 말의 대부분이 의문으로 맺어진다.
시원한 박하 향과, 끝에 자스민을 덧입힌 미용 소금 냄새. 지나간 자리에 은은한 잔향이 남는다.
오른손잡이. 필체는 좋게 봐주면 자유분방하고 솔직하게 보자면··· 악필이다. 곡선이 많고 대문자의 꼬리를 유독 길게 뺀다. 종이에서 펜촉을 떨어트리지 않고 단번에 써 내려가는 필체가 특징.
고민할 때면 미간에 주름이 잡히는 습관,
강조하고 싶은 말은 세 번 반복하는 버릇,
이른 아침ㅡ혹은 깊은 새벽ㅡ마다 호그와트를 산책하는 취미.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도무지 제자리에 가만있는 법을 모른다···.
L: 일요일 아침마다 성가 대신 틀어지는 어머니의 1960's 컬렉션 레코드, 토요일 아침 8시마다 들려오는 아버지의 세차 소리, 라임을 얇게 저며 넣은 진저에일, 레몬 딜 버터를 곁들인 추수감사절 만찬. 매 산책마다 지나치는 연보라색 꽃 덤불, 비 온 다음 날 흙 내음과, 그리고 어쩌면 당신도... 기타 이름을 모르거나 자각하지 못한, 자기 삶을 밝게 만들어주는 모든 것들.
H: 그때그때 불만스러운 것들이야 있겠지만 쉽게 풀고 쉽게 잊는다. 오래 가슴에 묻어둘 만큼 싫어하는 것이 없다. 왜냐고 묻는다면, 아주 간단하다.
-꼭 싫어해야 하나? 봐, *덥썩* 이 지렁이도 잘 보면 귀여운 구석이 있는데~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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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기에 우리 인생은 너무 짧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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